2023. 09. xx.
큰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앞에 서 있는 중년 커플을 보았다. 커플일까 부부일까, 뭐 중요치는 않지만.
그들은 화려한 - 하지만 묘하게 촌스러운 - 명품 티셔츠와 로고로 도배된 캡모자를 쓴 체 서로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이상하게 눈이 가는 큰 다이아몬드 반지. 반짝반짝. 저런 왕 다이아 반지는 꽤나 오랜만이었다.
 여자는 엄마의 손을 쥐는 아이처럼 남자의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만 꽉 쥔 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뭔가 기분이 나빠. 아니야 사실 나쁜 건 아니고 좀 이상해. 왜 이렇게 중년의 스킨십은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마치 나의 노후가 잘 상상이 되지 않는 것처럼. 
이래서 사람은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자주 보지 못해서 어색하고 기분이 오묘한 거잖아? 영국 노부부가 손잡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는 로맨틱하게 느꼈으면서... 문화 사대 주의는 아니다. 그저 한국 중장년의 로맨틱한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을 뿐이에요. 
 왜 우리는 ‘결혼한 사람들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혹은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라며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차갑게 포장하는 것일까. 난 그런 말 싫어!라고 말하면서도 순간적인 어색함을 느껴버린 내가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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