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반다를 갉아먹는 나무벌레 (2023)
가짜 반다를 갉아먹는 좀벌레는 아직도 나무판 속에서 나의 반다를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애석하게도 상대적인 시간을 무시하게 만든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과도 같다.
썩어버린 욕망을 용케 알아차린 아주 작은 미물만이 열심히 움직일 뿐이다.
'갉아먹고 - 길을 만들고 - 갉아먹고 - 가루를 내뿜고'
결국 말라버린 눈물자국처럼 표면에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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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지우려 노력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되려 나의 노력을 무시하는 듯 매일매일 새로운 구멍만 새로 생겨날 뿐이였다.

더 이상 흔적을 지우려 노력하지 않았다.
새로운 흔적을 반갑게 기념하며 픽사티브로 고정했다.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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